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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M11 구입 및 수령기 by. 라이카 스토어 신세계 강남

이기록 ekirok 2022. 9. 30. 16:11

카메라를 좋아하고, 사진을 오랜 취미로 해오다 어느 순간 흥미를 잃고 모든 장비를 처분했었다.

스마트폰이 워낙 발전해서 똑딱이 정도는 훌륭하게 대체할 정도로 성능이 올라오기도 했고, 카메라와 렌즈들을 챙겨서 정성스레 찍고 한 장 한 장 편집하는 과정보다 스마트폰 이미지 프로세서가 만들어주는 HDR 느낌이 가미된 사진들이 참 편했다. 거기에 최애 보정 앱인 Snapseed로 조금만 만져주면 적어도 스마트폰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워낙 오래된 취미여서 그랬을까? 언젠가부터 다시 카메라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2021년쯤 라이카 M11 관련 루머부터 시작해서 출시 소식을 들었을 때, 잊고 지냈던 라이카 앓이가 시작됐다.

라이카 M11 블랙 그리고 SL2. 언젠가 SL 시리즈도 써볼 날이 오겠지!

라이카라는 브랜드를 처음 알았을 때 막연한 동경은 있었지만, '굳이 저 돈 주고 사서 쓸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라이카 M11의 경우 출시 가격이 무려 바디만 1,290만 원이기에 고민을 많이 했었다.

올해 초, 용기 내서 견적서도 받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합리적인 소비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포기를 했었다.
이게 바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비지! 하며 캐논 EOS R5 + RF 24-70, 35, 50 등을 구입했었다.

그러다 여전히 아쉬움과 미련이 남고, RF 카메라에 대한 막연한 불편함에 대한 생각으로 라이카 Q2를 구입까지 구입을 하게 된다.
(Q2도 출시 가격은 690만 원 정도였는데, 환율의 영향인지 내가 살 땐 얼추 820만 원 정도였고, 지금은 또 인상되어 860만 원..)

라이카 M11 블랙 + 새롭게 출시된 SUMMILUX-M 35mm f/1.4 ASPH.

캐논 R5와 라이카 Q2의 조합은 매우 훌륭했으나,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라이카는 M을 써봐야 한다는 말이 맴돌았다. 실제 사용에 있어서 Q2의 조작감과 성능은 매우 뛰어났으나,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셔터음이었다. 라이카 Q2는 리프 셔터를 채용한 제품으로 찍! 하는 매우 조용하고 귀여운 셔터음이 난다. 실제로 결과물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무음에 가까운 촬영이 가능해서 장점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당연히 제품의 특성을 알고 구입한 것이었는데, 구입에 대한 핑곗거리를 찾고 싶었던 것 같기도..

새롭게 출시된 주미룩스 M 35mm 렌즈는 기존과 다르게 후드가 회전형으로 내장되어 있다. 후드를 꺼내지 않은 모습.

하지만 내가 어릴 적 카메라와 사진에 처음 빠져들었던 매력은 바로 찰칵 혹은 철컥하는 셔터음이었다. 그놈의 감성이 뭐라고.. ㅠㅠ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고, 결국 초기 출시 가격보다 60만 원 인상된 1,350만 원에 주문을 넣고 대기하게 되었다. (예약금의 형태가 아닌 전액 완납으로 결제 후 대기해야 하는 것도 힘든 기다림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카메라를 인도받는 시점에 판매 가격이 환율 등의 이유로 오르게 된다면, 차액까지 내야 하는 조건이었다!)

M11 블랙 색상은 실버 색상의 황동재질과 다른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20%가 더 가벼운데, 실제로 꽤 체감이 될 정도였다.

그리하여 7월 30일, M11 실버 색상과 35룩스 렌즈를 결제하고 2달 혹은 3 달이라는 예상 대기시간을 버틴 끝에 제품이 준비되었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오랜 장고와 와이프의 조언 끝에 실버로 선택을 했었으나, 예약하고 기다리던 중간에도 색상을 블랙으로 바꿀지, 실버로 둘 것인지 너무나 많은 고민들이 있었다. 왜? 둘 다 너무 예쁘니까!

35 APO 만큼은 아니지만 기존의 70cm 에서 40cm로 최단 촬영 거리가 대폭 감소된 신형 35 lux

내 카메라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설레던 와중에 소소한 이슈가 발생했다. 바로 내가 주문할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SUMMILUX-M 35mm f/1.4 ASPH. 렌즈가 새롭게 출시된 것! 렌즈의 설계는 기존과 동일하다고 하나, 조리개날이 9매에서 11매로 변경되었고, 후드가 내장되었으며 무엇보다 최단 촬영 거리가 40cm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RF 카메라의 이중 합치 방식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려면 최소 70cm의 거리는 확보가 돼야 하므로, 70cm 이하 구간에서는 라이브 뷰 방식을 통해서 초점을 맞추거나 감으로 맞추어야 한다. 그래도 불편한 것과 불가능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으므로 매우 만족할 소식이다. 내가 주문했던, 이제는 구형이 되어버린 주미룩스보다 금액적으로도 추가금이 발생했지만 망설일 틈도 없이 예약 변경을 했다.

내장형 후드를 돌려서 빼낸 모습. 이 부분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기존의 사각형 느낌의 후드가 좋다.

렌즈가 새롭게 나온 만큼 당장 수령할 수는 없고, 아쉽게도 카메라 바디만 들고 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최초에 예약했던 35mm F1.4 주미룩스 받자마자 신형이 나왔다면.. 너무나 좌절하고 슬펐을 상황이니 그저 만족스러웠다.

라이카 M11 실버 + SUMMILUX-M 50mm f/1.4 ASPH. 그리고 엄지그립까지.

예전에 후지필름의 X100V을 구매하려고 어떤 색상이 나을지 고민할 때도 정말 어려웠는데, 이번에도 참 힘들었다. 결국 X100V의 경우엔 실버로 구입했다가 판매를 하고, 조금 텀을 두고 블랙으로 다시 구입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실버 색상을 선택했는데, 라이카 하면 떠오르는 황동(Brass) 재질의 바디를 써보고 싶었기도 했고, 손과 손목이 조금 더 피로하더라도 묵직한 느낌이 주는 기분이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예전에 매장에서 두 색상을 비교하고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매니저분께서 우리나라에서는 황동 재질의 실버가, 외국에서는 가벼운 알루미늄의 블랙이 선호된다고 설명해주셨다.

나 같은 뉴비에겐 저 라이카의 빨간딱지가 설렘 그 자체인데, 라이카를 오래 쓴 분들은 오히려 기피한다는 말이 있다.

남은 카드 할부가 아득하긴 하지만, 이 카메라가 손에 익고 내 것처럼 편한 날이 오면 그땐 할부도 끝이 보이겠지!

카메라를 사고, 팔고 중고 거래를 워낙 많이 하는 편이지만.. 적어도 이 카메라는 마치 반려 카메라인 양 오래도록 함께하며 내 생각과 시선을 잘 담아주면 좋겠다. 같이 나이도 들어가고..ㅠㅠ

매장에서 바로 제품을 뜯고 세팅해준다고 하셨으나, 극구 사양했다.

이것으로 라이카 M11 구입기 그리고 수령기를 마친다.

내가 그랬듯, 라이카병(?)에 빠진 사람은 국내 포스팅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매체까지 찾아볼 텐데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유익한 정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세한 개봉기는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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